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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낮에는 혼자 술을 마셨습니다.
파고다 공원 뒤편에 할아버지들이 모여 술잔을 기울이는
그곳의 허름한 가게에서 혼자 자작을 하며 마셨습니다.
이야기 나눌 상대가 없는 입은 애꿎은 술잔만 연거푸 비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혼자 마시는 술은 항상 빨리 취합니다.
그래서 혼자 마시는 술은 더 쓸쓸합니다.

혼자 마시는 술이 너무 쓸쓸해져서 지인을 불러 내었습니다.
둘이 마시는 술은 조금 더 덜 쓸쓸해졌습니다.
취기가 조금 더 더디 올라 왔습니다.

하지만 취하기는 마찬가지요, 괴롭기도 마찬가지 더군요.
지인과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그대로 쓰러져 잠이 들었습니다.

죽은 듯 잠이 들었다가
다시 살아나듯 잠에서 깨었습니다.
  더이상 잠이 올것 같질 않군요.
 
핸드폰을 열어봅니다.
이런 저런 문자와 부재중 통화들..

혹시 그 안에 받아야만 했던 연락이 있질 않은지 훑어보고는
그리고 담배 한개피를 빼어뭅니다.

시계를 봅니다.
그렇게 취해놓고도 정해둔 하루 수면시간에 맞춰 깨어버린 내가 우숩습니다.

아무리 힘이 들어도,
일상은 또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반복되는 모양입니다.

깨어버린 잠과 깨어버린 술이 다시 일상에 집어 삼켜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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