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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아바타”를 종영 직전이 되서야 겨우 볼 수 있었습니다.

이미 일반 상영은 종영되었고
남아있던 3D 극장 상영도 3월 3일을 마지막임에도
3D 아이맥스 상영관은 2주전부터 전회 매진이라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저 역시 추석 귀성길 기차표를 끊는 기분으로 2주 전에 예약을 하고서야 겨우
용산 CGV 3D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아바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대단했습니다.

3시간이라는 런닝 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화면 가득 아름다운 외계 행성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나비족”이라는 외계 종족에게
관객이 어렵지 않게 감정을 이입하도록 세련된 연출을 하더군요.

3D 상영이라는 기술 또한,
행성 “판도라”의 환상적인 풍광을 묘사하고 전달하는데 큰 위력을 발휘하였습니다.
왜 사람들이 그토록 “반드시 3D로 봐라” 라고 했는지 이해가 가더군요.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오는 나의 마음은 그렇질 못했습니다.

그것은 용산에서 “아바타”라는 영화를 보는 행위 자체가
질 나쁜 코메디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지구인 용병들에 의해 “나비족”의 보금자리인 “홈트리”가 불타오르는 장면을 보면서,
가족을 잃은 “나비족”들이 오열하는 장면을 보면서
“용산참사”가 떠오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 연상을 하지 못하기에는 영화 “아바타”의 장면들과
현실의 “용산참사”는 너무나도 닮은 꼴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둘이 닮았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무엇보다 슬펐던 것은, 우리가 만들어진 이야기 속 외계 종족의 아픔은 공감하면서,
정작 현실 속에 이웃의 아픔에선 눈 돌리고 있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현실보다 더 실감나는 3D로 만들어진 영화이기 우리가 나비족에게 더 공감하는 것일까요??

아마 아닐겁니다.


우리 모두 마음 한구석에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니까’ 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까요?

그것 역시 아닐겁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자기밖에 모르는 백의민족이기 때문일겁니다.


하얀 옷을 좋아해서 항상 하얀 옷만 입으시느라
행여 “남의 일”에 나섰다가 구정물 한 방울이라도 튈까,
그것이 두려워 외면하다 못해 아예 신경조차 쓰지 않게 되어 버린
참 대단한 백의(白衣)민족말입니다.

 

영화 “아바타”는 “나비족”이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지키며 끝이 납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차장 밖의 용산의 거리에는
“나비족”들이 쫓겨나 텅 빈 “홈트리”에 “철거”라는 두 글자와
X표가 붉은 스프레이로 적혀 있습니다.


 

사족: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5공 때였다면 이 영화는 개봉도 못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세상이 조금은 나아진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이 영화가 한국에서 만들어졌다면 역시 개봉 못했을거란 생각도 들더군요.
그래서 좀 더 슬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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