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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순복음 교회앞

고수부지 정비 공사현장 사무소로 쓰는 컨테이너 박스에는

열댓마리의 길고양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지난 2월,  신길동쪽으로 가던중 그곳에 들렀다가

아이들에게 몇년째 밥을 챙겨주시던 아주머니를 뵙게 되었고

아주머니께 이 아이가 4년만에 몸을 만지는 것을 허락해주었다는 이야기도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3월, 오랜만에 다시 여의도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있던 컨테이너 박스가 보이질 않았습니다.


이제 그곳의 공사가 모두 완료되어 컨테이너 박스가 철거된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이 걱정되어 주위를 찾아보았습니다. 




그곳에서 아주머니의 손을 4년만에 허락했다던 그 아이를 만날수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없이 횡해진 그곳에 이 아이만 남아있었습니다.


한쪽 앞발이 다친채로 뼈가 붙어 절름거리던 아이도,

그 아이의 두 아이들도,

모두 찾을수 없었습니다.


이 아이의 친구들이 어딜 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한참 이 아이주변을 맴돌고 있자

아이들에게 밥을 챙겨주시던 아주머니를 다시 뵐수 있었습니다.



아주머니께서는 사흘전에 컨테이너 박스가 철거되었고

그 후 아이들이 다 사라졌다고 하셨습니다.


발을 저는 아이는 전날밤까지는 보였는데

이제 그 아이도 보이질 않는다며

숨을곳도 없는 이곳에서 어딜간건지

걱정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혼자 남아있는 이 아이에게

먹을것과 물을 잔뜩 부어주시며

연신

"이제 이짓도 그만해야지....."

라고 혼자말을 하시고는

다시 휘적휘적 아이들을 찾아 발길을 돌리셨습니다.


길고양이들을 따라다니다 보면

아무 예고 없이 어느 순간 더 이상 그 아이들을 볼수 없게 되는

그럴때가 참 많습니다.


특히나,

오랜 시간동안 보아오던 아이들이

어느날 한꺼번에 사라질때는

그 장소가 아픔으로 남게 되곤 합니다.


사라진 아이들이

그저 어디선가 잘 살고 있을거라고

그냥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어쩌면

친구들이 다 떠나고도

마지막까지 혼자 남아있던 이 아이는

아주머니가 보고싶어서

남아있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고양이를 부탁해]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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