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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들을 만나다 보면

유독 기억에 남고 정이 가는

그런 고양이들이 있습니다.


삼청동 오디는
제게 그런 고양이 중 하나였습니다.


삼청동 가회로를 처음 찾았을 때 

그때 아직 어린 고양이였던 오디를 만났습니다.


코숏으로는 보기 드믄 오드 아이를 가지고 있었고

얼굴이 예쁘게 생겨서 많은 분들이 입양을 하고 싶어 하셨고

또 동네의 몇몇 분은 실제 오디를 집 안에 들이시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오디는 집 고양이로 적응 하지 않고
매번 거리로 다시 뛰쳐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사람을 더욱 경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여름,
삼청동 가회길의 아이들이 새끼를 낳아

모두 12마리의 고양이들이 골목에 북적였습니다.

먹을 것을 챙겨주시는 분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입이 늘어난 만큼

아이들은 말라갔었고

몇몇 어린 새끼들은
결국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말았습니다.

오디의 새끼도 그렇게 죽고 말았습니다.

그때부터 였습니다.

오디가 가회로가 아닌
어딘가 다른 곳을 돌아다니다가
한번씩 가회로에 들러 밥을 먹고 또 어딘가로
훌쩍 가버리기 시작한 것은

그리고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자 가회로에서 오디의 모습을

더이상 볼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어딘가 다른 영역을 찾아 떠났으려니.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

삼청동 아이들의 사진을 찍다 만난 분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삼청동 아이들을 보고 돌아가던 중

골목에서 오디를 만났다고...


그분이 알려주신 곳으로 가 보았습니다.







원래 오디가 살고 있던 골목에서

두 블럭 가량 떨어진 곳에서

쓰레기 봉지를 뒤지고 있는 오디를 볼수 있었습니다.







오디는 절 잊은 건지

근처 자동차 아래로 숨어버리더군요.




그간 고생이 심했는지

많이 말랐고 때를 탔지만

그래도 다시 만나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살아있어 줘서,

다시 만날 수 있어서

그래서 참 고마웠습니다.



아마도 그 골목을 다시 찾더라도
오디를 보기는 힘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래도

다음에 삼청동을 찾을 땐,

오디를 위해 먹을 것을 조금 남겨
그 골목을 거쳐와야 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한번 건강한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그럴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덧:

일부러 전화까지 걸어

오디를 만난 장소를 알려주신

세원님, 민정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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